[K-Traveler] King's Road: Caminito Del Rey

연합뉴스 / 2023-04-11 17:27:22

* Editor's note: K-Odyssey introduces travel journals by alumni of Yonhap News Agency Travel Academy, provided in Korean and English. The original Korean article precedes the English translation.

* 편집자 주 : K-Odyssey는 연합뉴스 <여행자학교> 수료생들의 여행기를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합니다. 한국어 원문을 먼저 게재한 뒤 외국 독자들을 위해 영어 번역본도 함께 싣습니다.

스페인 '왕의 산책길' (카미니토 델 레이)을 걷다.

글 조남경· 사진 최미옥 (연합뉴스 여행자학교 1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팬데믹은 인류의 모든 부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붐비는 곳들보다는 많이 찾지 않던 한적한 여행지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스페인 남부 말라가(Malaga)지역의 100ｍ 깊이의 협곡 사이로 난 길 '왕의 길', 카미니토 델 레이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산티아고 순례길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절벽 길을 하나하나 깎아 낸 길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는다.

◇ 스페인 속살 속으로…카미니토 델 레이를 걷다

최근 다녀온 보름간의 스페인 자유여행 코스에 필자는 대부분의 패키지여행에는 포함되지 않는 말라가를 선택했다. 말라가는 스페인 등 유럽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아름다운 해변, 다양한 유적과 피카소 생가 등으로 특히 은퇴자들에게 선호되는 여행 목적지다.

그러나 필자가 말라가를 콕 찍은 이유는 2021년 연합이매진 잡지에 실렸던 '다시 여행을 꿈꾼다-스페인 말라가' 글에 꽂혔던 기억 때문이다.

잡지 기사에서 봤던 사진과 글은 심장이 멎을 듯한 감동을 줬다. 최고 높이 700ｍ의 협곡 절벽 100m 높이에 설치된 잔도길 '카미니토 델 레이'는 걷는 것만으로도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갑갑한 나날을 보냈던 필자에게 큰 대리만족을 줬던 기억이 있다.

▲ 카미니토 델 레이 초반부.

카미니토 델 레이는 '왕의 길'이라는 뜻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말할 때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서 카미노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7.7km 정도의 이 길은 '카미노'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규모가 작기에 카미니토라고 한 듯하다.

▲ 협곡 깊숙한 곳.

이 길이 건설된 것은 인근 말라가의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세기 중반, 이 지역은 설탕과 섬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내륙과의 철로 연결이 필요했다. 협곡을 지나는 터널을 뚫어 철로를 놓는 어려운 공사가 뒤따랐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수력 발전용 댐 건설을 통한 에너지 독립도 필수였다. 이러한 공사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험준한 협곡에 잔도를 낼 필요가 있었다.

1921년 수력 발전을 위한 엘초로(el chorro)댐의 공사가 끝나면서 자연을 보전하면서 만들어진 이 잔도는 입소문을 타게 됐다.

이 명성은 국왕이었던 알폰소 13세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고 알폰소 13세는 이 길을 직접 걸었다. 그가 걸었던 길은 '왕의 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댐의 설계자는 과달로르세 백작이라는 칭호를, 댐은 과달로르세 백작 댐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엘 초로 댐은 카미니토 델 레이와 더불어 말라가를 대표하는 휴양지로 자리 잡게 됐다. 엘 초로는 스페인어로 폭포 또는 폭포수라는 의미로, 댐을 막아서 떨어지는 물을 의미한다.

▲ 엘초로 댐.

공사가 완료되자 의외의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험을 즐기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실족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말라가 시는 위험을 이유로 길을 폐쇄했다.

그러나 목숨의 위험과 벌금도 불사한 탐방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말라가 시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다. 시는 카미니토 델 레이의 관광지로서의 상품성을 재확인하고 3년 동안의 복원사업을 거쳐 2015년 3월 길을 재개장하게 됐다.

이 길은 같은 해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이 선정한 명소에 포함되는 등 주목을 받기도 했다.

▲ 트레킹 마치고 엘초로 저수지 위에서. 뒤편은 낭떠러지.

이 길의 장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길로 불렸던 카미니토 델 레이는 이제는 8세 이상이면 걸을 수 있는 안전한 길이 됐다.

입구부터 출구까지 실제 걷는 길은 2.9km로 내리막길이어서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바닥이 보이는 크리스털 발코니. 서스펜션 브릿지 등 명소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여러 명이 함께 오를 수 없다. 또한 개인 혹은 일행 별로 사진 촬영 순서를 기다려야 하기에 진행은 더딜 수밖에 없다. 어쩌면 평생에 한 번 볼 수 있는 풍광이기에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즐거워하는 표정들이다.

▲ 크리스탈 발코니.

▲ 서스펜션 브릿지.

◇ 자연이 빚은 땅 그리고 그에 따라 흐르는 강물

협곡 위 다리와 터널로 연결되는 기찻길, 이베리아반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동물과 희귀식물, 고생대 암모나이트 화석까지 왕의 길은 볼거리로 가득하다. 걸어가는 잔도 밑으로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구 잔도가 보여 이전의 아슬아슬했던 모습이 연상돼 더욱 스릴 넘친다.

▲ 고생대 암모나이트 화석. 지름 약 15cm.

입장권은 10유로, 가이드 투어는 18유로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고 입장권은 3개월 전부터 홈페이지 및 티켓 사이트를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일일 탐방객 제한 운영으로 미리 표를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

필자는 바르셀로나에서 오전 비행기로 12시 정도 도착해서 마지막 차례인 오후 3시 입장할 수 있었다. 말라가 시내에서 60km 정도 떨어져 있어 승용차나 버스, 기차 등을 통해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 철로가 놓인 협곡과 협곡을 연결하는 다리.

주차장에서 출입구까지는 30분 단위로 셔틀버스가 운영된다. 이동에도 30분 이상 소요되므로 원활한 탐방을 위해서는 예약된 시간보다 최소 1시간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스틱, 삼각대 등의 휴대가 금지된다. 바닥의 구멍 사이로 다리가 끼게 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라가 시내로 돌아오는 드라이브 길도 잠시 졸 틈을 주지 않는 감탄의 연속이었다. 봄맞이꽃으로 유명한 유채꽃이 길가에 한창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고 있는데 젊은 남성들이 유니폼을 입고 무리를 지어 식사하고 있었다. 말을 걸어보니 전날 말라가에서 홈팀 FC 말라가를 격퇴한 FC 산탄데르팀이었다. '이런 횡재가 있다니'..... 그들과 사진 한 컷 찍었다.

참고로 필자가 머문 숙소는 10만원 초반의 4성급 호텔이었는데 FC 산탄데르 선수들이 묵는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그러한 조우가 매우 좋았다. 이런 게 여행의 즐거움 아닌가 싶었다.

여행은 낯선 일이고 낯선 일을 마주치는 것이 즐거움이다.

Caminito del Rey: the 'King's Road'

By Namgyong Joh, photographs by Miok Choi (Alumni of Travel Academy season 1)

The pandemic has affected many parts of humanity, including travel. Now, peaceful destinations without much tourist bustles have begun to attract people's attention. Caminito del Rey, the "King's Road," is one of the places that run through a 100-meter-deep canyon in the southern Malaga region of Spain. Its trails, paved one by one from sheer cliffs, are smaller than Camino de Santiago but ever so captivating to the human eyes.

◇ Walking along Caminito del Rey

I chose Malaga, which is not included in most package tours, for my free travel course during the 15 days travel in Spain. Malaga is Spain's best vacation spot favored by Europeans, including the Spanish. It is a travel destination much loved by retirees, especially for its mild Mediterranean climate, beautiful beaches, various relics and birthplace of Pablo Picasso.

I picked Malaga because of the memory of being struck by the article "Dreaming of Traveling Again - Malaga, Spain," published in the Yonhap E-Magazine in 2021.

The photos and writings touched deep down in my heart. The plank road "Caminito Del Rey," installed at a height of 100m on a 700-meter-high canyon cliff, is a place where you can feel the thrill just by walking. In particular, I remember it giving great vicarious satisfaction to me when I had hard time with the COVID-19.

Caminito del Rey means “king’s road.” In "Camino de Santiago" when referring to the Way of St. James, Camino means a path. However, this 7.7km-long road seems to have been called Caminito because it is small to add the word "Camino."

The construction of this road is closely related to the industry in nearby Malaga. In the mid-19th century, the region needed railroads that connect to the inland that would boost the sugar and textile industries. Difficulties in construction were followed by drilling a tunnel through the canyon and laying the railroad tracks. The industrial development project also required independent sources of energy, which could be acquired by constructing dams for hydroelectric power generation. In order to proceed with the construction, they had to build a plank road in this rugged canyon.

When the El Chorro dam for hydroelectric power was constructed in 1921, the plank road, which was created while preserving the environment, also went viral. This humble road's fame reached the ears of King Alfonso XIII, who eventually walked on the path himself. Hence came the name, "King's Road." The designer of the dam was dubbed Count Guadalhorce, after whom the dam was called the Count Guadalhorce Dam. Along with Caminito Del Rey, El Chorro Dam has become a representative resort in Malaga. El Chorro means a waterfall in Spanish, meaning water that falls by blocking a dam.

The new dam brought an unexpectedly large crowd of visitors. This mecca of adventure-lovers also led by many safety accidents and deaths. The city of Malaga forbid public entrance to the site for safety, but adventurers would rather pay fines to continue their visits at the risk of losing their lives. This made Malaga to change the way they think about the road. The city reaffirmed the commercial value of Caminito Del Rey as a tourist destination and reopened the road in March 2015 after a three-year restoration project. The road also was selected and featured by the world-renowned travel guide book “Lonely Planet.”

The charm of this road is that it is open to people of all ages. Caminito del Rey, once called the most dangerous road in the world, is now a safe road that anyone aged 8 or older can enjoy. The actual walking path from the entrance to the exit is 2.9km in downhill -- two hours of idle walk would do. Still, there are some places that limit the number of walkers at a time, such as the crystal balcony with transparent floor, and the suspension bridges. In addition, the tour process is inevitably slow because of the long line of people waiting to take their photos. Perhaps it is the glory of this once-in-a-lifetime scenery is keeping the visitors extra patient.

◇ Land carved by nature, cradled by the river

The king's road is full of visual wonders, from the railroad that connects the bridge over the canyon to the tunnel, to rare the fauna and flora only be seen on the Iberian Peninsula, and to the fossils of ammonia in the Paleozoic era. Walking through the plank road, one can see parts of the old, worn-out planks that hails back to the perilous, pre-restoration version of the road.

Tickets are 10 euros per person and guided tours are 18 euros. It is closed on Mondays. Tickets can be booked through the website and other ticket sites as early as three months in advance. It is safe to purchase tickets in advance as the number of daily visitors can be restricted. I arrived from Barcelona by morning flight around noon and was able to enter at 3 p.m., the last session. It is about 60km away from downtown Malaga, so you can easily travel by car, bus, or train.

A shuttle bus operates every 30 minutes from the parking lot to the entrance. It also takes more than 30 minutes to travel, so visitors must arrive at least an hour in advance of the scheduled time for a smooth tour. For safety reasons, carrying sticks and tripods are prohibited. They can get one's legs tangled and caught in the holes on the ground, and lead to injuries.

The drive back to downtown Malaga was also a rich source of admiration, never allowing a second to doze off. The canola flowers, heralds of spring, were in full swing along the road. The next morning at the hotel breakfast, I saw a curious group of stout men in uniforms. Through our friendly little conversation, I was surprised to know that they were Team FC Santander, having defeated the home team FC Malaga in Malaga the previous day. I took a picture with them, amazed at the lucky strike.

For reference, my stay was at a four-star hotel, reasonably priced around 100,000 won (US$76.13). I was marveled to sleep under the same roof with the FC Santander players. I love such encounters. I thought this was the joy of traveling.

Travel is to explore the unfamiliar and all the joy that follows.

(This article is translated from Korean to English by Yunhee Cho.)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