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그리는 화가 노은님 3주기 기념 회고전 '빨간 새와 함께'

박의래 / 2025-10-14 17: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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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랑서 1980∼1990년대 대작 20여 점 공개…4원소로 표현한 원초적 생명력
▲ 노은님 1986년 작 '두나무 잎사귀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화랑에 전시 중인 노은님 작 '두나무 잎사귀 사람들'. 2025.10.14. laecorp@yna.co.kr

▲ 노은님 1986년 작 '빨간 새와 함께'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화랑에 전시 중인 노은님 작 '빨간 새와 함께'. 2025.10.14. laecorp@yna.co.kr

▲ 노은님 1986년 작 '검정 고양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화랑에 전시 중인 노은님 작 '검정 고양이'. 2025.10.14. laecorp@yna.co.kr

▲ 노은님 1991년 작 '큰 물고기 식구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화랑에 전시 중인 노은님 작 '큰 물고기 식구들'. 2025.10.14. laecorp@yna.co.kr

생명을 그리는 화가 노은님 3주기 기념 회고전 '빨간 새와 함께'

현대화랑서 1980∼1990년대 대작 20여 점 공개…4원소로 표현한 원초적 생명력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가로 2.8m, 세로 2.15m의 대형 한지에 흙처럼 검은색 바탕이 칠해져 있고, 그 위에는 붉은색 나뭇잎 두 개가 놓여 있다.

제목은 '두나무 잎사귀'지만 머리 부분은 사람 얼굴 같고, 잎사귀는 물고기의 몸통과 꼬리처럼 보인다.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순수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원색의 거친 선으로 원초적인 생명력이 느껴진다.

2022년 별세한 재독 화가 노은님(1946∼2022)의 3주기를 맞아 회고전 '빨간 새와 함께'가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15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노은님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80∼1990년대 평면 작업 20여 점이 소개된다. 가로·세로 3m에 가까운 대작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 시기 노은님은 거대한 화면에 힘 있고 자유로운 붓질로 생명력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생명의 즉흥시'로 불렸다.

14일 전시장에서 만난 노은님 아카이브 권준성 관장은 "노은님은 스스로 이 시기를 생명을 그리는 시기라고 말했고, 색도 검은색과 흰색, 붉은색, 파란색 정도만 사용했다"며 "파란색은 물, 붉은색은 불, 흰색은 공기, 검은색은 흙을 의미한다. 곧 생명의 네 가지 원소, 물·불·공기·흙이다"라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과 같은 '빨간 새와 함께'는 검은색 몸과 얼굴에 빨간 눈을 가진 인물이 붉은 새를 끌어안고 있는 작품이다. 사람이 새를 안고 있지만, 오히려 사람이 새에게 위로받는 듯하다.

권 관장은 "자화상 같은 작품이지만 작품 속 사람도, 새도 노은님"이라며 "새가 사람이 되고, 사람이 새가 되기도 하는 불교의 윤회 사상, 생명의 순환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노은님의 대표 이미지인 나뭇잎 같은 물고기를 표현한 '큰 물고기 식구들', '큰 물고기 하나', 흰 배경에 검정 물감으로 힘 있게 그려낸 1986년 작 '검정 고양이' 등 대형 작품들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자연의 신비 속에서 예술적 세계를 찾아가는 노은님의 여정이 담긴 바바라 쿠젠베르그의 다큐멘터리 영화 '내 짐은 내 날개다'(1989)도 상영된다.

노은님은 194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1970년 독일로 이주해 함부르크의 항구 병원에서 간호보조원으로 일했다.

병원에서 일하며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렸고, 우연한 기회에 전시회를 열면서 1973년 독일 함부르크 국립예술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작가로 활발히 활동했고, 1990년부터 2010년까지는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 교수도 지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중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수록됐고 2019년 11월에는 독일 헤센주 미헬슈타트 오덴발트미술관에는 그의 영구 전시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현대화랑은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한국 현대미술사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해 온 작가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이는 뜻깊은 자리"라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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