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에도 사랑 나눠야…배려·존중하세요"

조다운 / 2021-09-2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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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性과 문화' 강의 배정원 교수…'스타 성교육 교수' 화제
▲ 배정원 교수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배정원 교수 [대한성학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비대면 시대에도 사랑 나눠야…배려·존중하세요"

10년째 '性과 문화' 강의 배정원 교수…'스타 성교육 교수' 화제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성 전문가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서로를 보완하고 채워주면서 함께 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에요. 오늘날 젠더 갈등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드디어 멸종하기로 작정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연구실에서 만난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의 휴대전화는 쉴 틈 없이 울렸다.

올 7월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타 성교육 교수'로 소개돼 화제가 된 그는 인터뷰 중에도 책 추천사를 써달라는 요청과 상담신청 전화로 쉴 틈이 없었다.

배 교수는 "이것 말고도 피드백해 줘야 할 학생들의 질문지가 300장 넘게 쌓여 있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는 2010년부터 세종대에서 '성과 문화' 수업을 하고 있다. 그의 수업은 파격적 과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수강생들은 '데이트하기', '콘돔 사보기' 등 배 교수가 내는 과제를 16주 동안 수행하면서 느낀 점과 의문점을 토론한다.

그는 "처음에는 종교나 문화가 인간의 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는 수업이었다"며 "그런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해 성 건강도 관리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종교·문화를 얘기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가벼운 데이트 과제에도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모르는 사람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돼요. '이상형이 아니어도 재밌고 멋진 사람은 있구나', '내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상대가 즐거워하겠구나' 같은 것들이죠. 구두를 신은 여학생과 실컷 산책한 뒤 '애프터'를 받지 못한 남학생은 배려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지 않겠어요?"

다양한 과제 중 배 교수가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것은 '부모님 결혼 탐색 인터뷰'다.

학생들은 '왜 결혼했나', '왜 이 사람과 결혼했나', '결혼은 인생에서 무슨 의미인가', '앞으로 결혼 생활을 어떻게 할 계획인가', '자식에게 하고 싶은 결혼 조언은 무엇인가'라는 5개 질문을 갖고 자신의 부모를 인터뷰한다.

아버지·어머니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된 학생들 반응도 좋지만, 인터뷰 대상이 된 부모들도 배 교수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한다.

"부모들은 가족을 보살피려고 앞만 보고 달려왔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애들이 '왜 결혼했어', '앞으로 결혼 생활 어떻게 할 거야' 같은 질문을 하면 '아차'하고 삶을 돌아보게 되죠. '잘살고 있구나' 또는 '더 잘해야겠다'고 하면서요."

◇ "비대면 속에서도 아날로그 소통 유지해야"

배 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체득하기를 바란다. 최근 마포에서 일어난 '데이트 폭력 상해치사 사건'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얘기할 때 배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저도 '폭력적인 파트너 만나지 않는 법', '잘 헤어지는 법'을 가르친다"면서 "너무 집착하거나, 사소한 것에 화를 내는 파트너와는 단호하게 헤어지되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서 헤어지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배 교수는 "예전에는 여자 뺨만 때려도 상종 못 할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제는데이트하다가 때려죽이고, 장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찌르는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여성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 상대를 인격체로서 존중한다면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일상화된 비대면 탓에 기본적인 인간관계조차 맺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배 교수는 "아날로그적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대면에 익숙해지면서 대화하는 일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소통의 방법을 잊지 않아야 사랑도 찾을 수 있다"면서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사랑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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