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열풍] ③OTT 급성장에 경계 무너진 영화·드라마

한미희 / 2021-10-27 07: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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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시작은 영화시나리오…묻힐 뻔했다 10년만에 대박
영화감독들 대거 OTT로…"이야기 맘껏 펼칠 수 있으면 플랫폼 상관없어"
▲ 드라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 '킹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라마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영화 '승리호'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상호 감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드라마 열풍] ③OTT 급성장에 경계 무너진 영화·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작은 영화시나리오…묻힐 뻔했다 10년만에 대박

영화감독들 대거 OTT로…"이야기 맘껏 펼칠 수 있으면 플랫폼 상관없어"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오보람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신기원을 만든 '오징어 게임'의 시작은 영화 시나리오였다.

10여 년 전 처음 기획된 시나리오는 여러 이유로 영화화가 좌절돼 사장될 뻔한 위기를 겪은 뒤 넷플릭스라는 공룡 플랫폼을 만나 새 역사를 썼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무서운 기세로 확장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며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영화를 만들어오던 감독들은 코로나19에 얼어붙어 버린 영화 현장을 떠나 새로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펼쳤고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 코로나에 발 묶인 영화…OTT로 간 감독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2011), '남한산성'(2017) 같은 묵직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시나리오 내용이 기괴하고 난해하다는 평을 받았던 '오징어 게임'은 10여 년이 지나서야 때를 만나 끝내 빛을 발했다.

코로나19로 영화 개봉과 제작이 중단된 와중에 OTT 시장은 급성장했다. 넷플릭스의 제작 환경은 광고 의존도가 높고 실시간으로 찍고 편집해 내보내기 바쁠 정도로 열악한 기존 방송 드라마와 차원이 달랐다.

전폭적인 제작비 지원으로 사전 제작이 이뤄지는 데다, 소재와 표현 수위도 자유로웠다. 영화처럼 길게 찍어 2시간 남짓한 상영 시간에 맞춰 편집해야 하는 제한도 없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풀어놓을 수 있으니 감독들에게 시리즈물은 영화 3∼4편을 자유롭게 찍는 셈이었다.

'오징어 게임'에 앞서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은 2019년 '킹덤'으로 한국 전통의 갓을 세계에 알리며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 독특한 색채로 여성 서사를 그려온 이경미 감독은 지난해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보건교사 안은영'에 만화적 상상력을 입혀 넷플릭스 드라마로 선보였다.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D.P.'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김성호 감독은 '무브 투 헤븐'을 연출했고, '공작'의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 달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애플TV+는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영화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Dr 브레인'을 내놓는다.

◇ 영화감독들 "OTT 자유로워…물리적 한계 벗어나는 즐거움"

한국과 아시아의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처음 OTT 시리즈물을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사라지고 플랫폼이 확장하는 산업의 현주소에 발맞춘 변화다.

부산영화제에서 '영화 만들기와 드라마 만들기'를 주제로 열린 오픈 토크에 참석한 '킹덤'의 김성훈 감독은 "(제안받았을 당시에는) 넷플릭스가 뭔지 몰랐다. 뭔지 모르니 저항감조차 없었고 새로워서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는 2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돈도 많이 들이고 열심히 찍은 장면을 줄여야 할 때 가장 고통스러운데, 드라마에서는 어지간히 못 찍지 않고서는 찍은 걸 도려내지 않고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D.P.'의 한준희 감독도 "여러 명의 주인공을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그들 각자의 사연과 매력을 펼쳐 보여주는 재미가 있다"며 "공중파 드라마나 극장용 영화에서는 해도 되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장면들을 의지대로 다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감독은 "김보통 작가의 웹툰 원작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는 시리즈로 해야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는 할 수 있는 호흡이나 이야기의 성격이 따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형이 웹툰이든 소설이든 논픽션이든 좋은 이야기라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매체가 영화냐 시리즈냐는 아무 상관이 없고, 그게 더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경계 뛰어넘어 '슈퍼 IP'로 확장하는 콘텐츠 산업

콘텐츠 산업에서 장르 경계가 무너진 건 영화와 드라마만이 아니다. 웹툰은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이 됐고, 게임 분야도 가세했다.

하나의 콘텐츠가 영화나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활용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넘어 하나의 세계관으로 아우르는 슈퍼 IP(지적재산) 확보가 콘텐츠 제작사는 물론 웹툰 플랫폼이나 게임 업체 등 IT 기업들이 사활을 건 목표가 됐다.

영화 '이터널스'로 마블의 슈퍼 히어로로 데뷔하는 배우 마동석은 앞서 게임사 크래프톤이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에 출연한 바 있다.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는 넷플릭스 공개 전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으로 먼저 선보였다. '승리호'의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는 이후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는 슈퍼 IP를 만들어내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앞서 양우석 감독은 2011년부터 웹툰 '스틸레인', '스틸레인2'와 영화 '강철비1', 웹툰 '정상회담:스틸레인3'과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까지 총 3편의 웹툰 시리즈와 2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10년 동안 '스틸레인 유니버스'를 구축해 왔다.

전천후 이야기꾼 연상호 감독은 매체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대표적인 창작자로 꼽힌다.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한 그는 케이블 채널 드라마 '방법'의 각본을 쓰고 그 속편을 영화 '방법:재차의'로 선보였다.

다음 달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연출작 '지옥'은 연 감독이 최규석 작가와 연재한 웹툰이 원작으로, 만화책으로도 출간됐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반도' 역시 1년 전 이야기를 다룬 웹툰 '반도 프리퀄 631'로 이어졌다.

연 감독은 지난 7월 '방법:재차의'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엔터테인먼트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해 볼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며 의욕을 드러낸 바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한 매체에서 마무리하는 게 미덕이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야기를 여러 매체를 오가며 즐기는 방식이 늘고 있어요. 조그맣게 뭔가를 만들어 놓으면 새로운 무언가로 변화되고 있는 거죠.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게 소설도, 애니메이션도, 드라마도, 게임도 될 수 있겠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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