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버치 문서와 해방정국
마지막 강의·조선의 역사 전문 외교관, 유득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버치 문서와 해방정국 = 박태균 지음.
해방 직후인 1945년 12월 한국에 들어와 1948년 5월 총선거 무렵까지 미군정 정치고문단에서 활동한 레너드 버치 중위가 기록한 문서를 현대사 연구자인 박태균 서울대 교수가 분석했다. 일간지에 연재한 기고문을 보완해 출간한 책이다.
버치는 한국에 머물면서 여러 정치인을 만났다. 그중 여운형에 대해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 버치는 "여운형 선생의 정신을 기억하겠다"며 "남아 있는 사람에게 큰 교훈을 준 인물"이라고 적었다.
저자는 반공적이지 않았던 여운형이 미국 정책에 부합하는 정치인은 아니었으나, 대중적 영향력이 컸고 좌파를 분열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어서 미군정이 여운형을 끌어안으려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버치는 초대 대통령이 된 이승만에 대해서는 "미국 입장을 위태롭게 한다"며 "미국 정부가 이승만에게 항공편을 제공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또 이승만과 김구가 갈등을 빚은 원인은 돈이었다고 추측했다.
저자는 "해방 정국에서 이승만과 김구의 비교는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주제"라며 "버치의 평가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정치인과 정보원을 통해 입수한 정보가 판단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 개인 의견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역사비평사. 376쪽. 1만8천500원.
▲ 마지막 강의 = 에밀 벵베니스트 지음. 김현권 옮김.
인도유럽어족 언어를 폭넓게 연구한 프랑스 언어학자 에밀 벵베니스트(1902∼1976)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인 1968∼1969년 고등 교육기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한 강의를 글로 정리했다.
저자가 강의를 준비하며 작성한 원고와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쓴 노트 필기를 모아 편집했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와 그의 제자인 앙투안 메이예를 잇는 언어학자로 평가되는 저자는 소쉬르의 성과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서문에서 자신의 스승인 저자를 '말도 감춤도 없으나 의미를 추구하는 언어학자'로 평가하면서 "벵베니스트는 인간 언어를 자기 삶의 여정으로 삼았다"고 강조한다.
그린비. 288쪽. 1만9천800원.
▲ 조선의 역사 전문 외교관, 유득공 = 임상선 지음.
조선시대 후기 문인으로 역사서 '발해고'(渤海考)를 쓴 유득공(1749∼1807)이 펼친 외교 활동을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이 소개했다.
서자 출신이었던 유득공은 박지원을 비롯해 이덕무·박제가 등과 교류했고, 정조 연간에는 검서관으로 활동했다. 1778년, 1790년, 1801년에는 청나라를 방문했다.
저자는 동아시아에서 외국에 가는 사절은 사적인 행위가 금지됐지만, 유득공은 청나라 형편을 살피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유득공이 1790년 청나라에 다녀온 과정을 분석한 저자는 결국 유득공이 하고 싶었던 말은 '청나라만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 다가오는 서양을 정확하게 알고 준비해야 한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동북아역사재단. 292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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