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호랑이 그린 화가 손에서 되살아난 6천년 한국호랑이

박철홍 / 2022-01-01 08: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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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섭 화백, 임인년 맞아 '한국 호랑이 6천년의 흔적' 기획초대전
▲ 한국 호랑이의 다양한 표정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을 하루 앞둔 31일 오전 광주 은암미술관에 열린 '한국 호랑이 6천년의 흔적' 기획초대전에 오동섭 화백의 '군호의 표정'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2022.1.1

▲ 흑호도 앞에 선 오동섭 화백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을 하루 앞둔 31일 오전 광주 은암미술관에 열린 '한국 호랑이 6천년의 흔적' 기획초대전에서 오동섭 화백이 '흑호도' 앞에 서 있다. 2022.1.1

▲ 다양한 표정의 한국 호랑이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을 하루 앞둔 31일 오전 광주 은암미술관에 열린 '한국 호랑이 6천년의 흔적' 기획초대전에 오동섭 화백의 '군호의 표정'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2022.1.1

▲ 한일월드컵 성공기원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을 하루 앞둔 31일 오전 광주 은암미술관에 열린 '한국 호랑이 6천년의 흔적' 기획초대전에 오동섭 화백의 한일월드컵 성공기원도(군호도)가 전시되고 있다. 2022.1.1

50여년 호랑이 그린 화가 손에서 되살아난 6천년 한국호랑이

오동섭 화백, 임인년 맞아 '한국 호랑이 6천년의 흔적' 기획초대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호랑이를 그리며 보낸 50여년, 제가 그리는 한국 호랑이 그림은 세상에 던지는 저의 메시지입니다."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으로 임(壬)이 흑(黑)을 의미해, 검은 호랑이해이다.

50여년 호랑이 그림을 그려온 오동섭(72) 화백이 호랑이띠 해를 맞아 12년간 준비한 기획초대전을 열었다.

광주 동구 은암미술관에서 만난 오 화백의 호랑이 그림은 처음 대면하는 이를 한 번에 압도했다.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호랑이의 얼굴의 털은 하나하나 쭈뼛쭈뼛 서 있고, 새끼 호랑이를 품고 있는 어미의 털은 온기를 품은 듯, 한 올 한 올 살랑거리는 듯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동북 호랑이나 시베리아 호랑이에 비해 다소 체구는 작지만, 단단하고 용맹한 한국호랑이의 모습이 그의 그림 속에서 되살아나 있었다.

호랑이의 다양한 표정은 오 화백 그림의 백미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호랑이 그림과 비교해 복사한 듯한 모습의 한국 호랑이 그림 속 모습에 한계를 느낀 그는 '호랑이 굴'로 직접 들어갔다.

호랑이를 근접에서 관찰할 수 있는 동물원의 투명창에 얼굴을 대고 호랑이 표정을 수십 개를 잡아내 스케치로 옮겼다.

젊은 시절에는 아예 서울 대공원 근처에 방을 잡고 낮에는 생계를 위해 일하고, 시간만 나면 동물원에 달려가 호랑이를 관찰했다.

호랑이 화가인 그를 알아본 사육사들은 호랑이가 새끼를 낳으면 새끼를 안아보게 해줬고, 호랑이가 몸져누워 수술대에 오르면 그를 불러 호랑이 골격 곳곳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게 해줬다.

그렇게 50여년을 그려 변화하고 완성된 한국호랑이의 모습은 호랑이띠인 오 화백이 6번의 호랑이의 해를 맞이한 올해 '한국 호랑이 6천년의 흔적'이라는 기획전을 여는 바탕이 됐다.

그는 한국 호랑이 6천년 역사의 근거를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에서 찾았다.

6천~7천여년 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 그림의 호랑이 모습에서 반만년을 한반도에서 살아왔지만, 지금은 자취를 찾을 수 없는 한국 호랑이의 모습을 그림으로 되살려내려 했다.

생생한 호랑이의 모습에 민화 속 담배 피우는 호랑이, 태극기, 한글, 대동여지도 등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집어넣는 건, 호랑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메시지를 담으려는 그의 노력이다.

오 화백은 전쟁 직후 동물원을 갈 수조차 없는 환경 속에서 부모가 들려준 '곶감 호랑이'를 상상하며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그가 스무 살이 되던 무렵이었다.

인물화와 초상화를 공부한 덕분에 그의 호랑이 그림은 더욱더 사실적이었고, 독학으로 호랑이를 연구하며 그린 그림은 50여년의 세월 동안 점차 변해가 한국 호랑이의 모습과 점차 닮아 갔으리라 스스로 확신하고 있다.

12년 전 호랑이의 해에 초대전을 개최했던 그는 다음 호랑이의 해인 올해를 기약하며 12년 동안 그린 그림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중 2002년 한·일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며 그린 가로 20m, 세로 1.8m의 대형 군호도(郡虎圖)는 그가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다시 내건 과거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오 화백은 "한국호랑이는 지금도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여러 이미지로 사용될 만큼 우리 민족정신과 함께 한 동물이다"며 "제 작품 속 다양한 호랑이의 표정처럼,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자신만의 정신을 잃지 않으며 함께 어울리는 각자의 모습을 그림 속에서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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