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부는 '코리아' 열풍…그 에너지의 근원은?

임형두 / 2021-11-09 10: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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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인 에너지' 출간
▲ 방탄소년단(BTS.왼쪽)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 세계에 부는 '코리아' 열풍…그 에너지의 근원은?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인 에너지'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난 10월 중순,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공개 26일 만에 전 세계 94개국에서 '오늘의 톱(TOP) 10' 1위를 차지했다. 무려 1억1천100만 가구가 시청해 넷플릭스 사상 최다 시청이자 최대 흥행작이 됐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은 또 어떤가. 빌보드 차트는 'K팝의 앞마당'이라 불린다. 특히 BTS는 신곡을 낼 때마다 1위 자리에 오른다. 축구, 양궁, 골프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한국인의 활약은 눈부시다.

동방의 작은 나라가 이처럼 여러 가지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마법의 비결은 대체 뭘까?

'한국인' 하면 이런 형용사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화끈하다, 정이 많다, 부지런하다, 잘 논다, 극성스럽다, 지고는 못 산다, 의리 있다, 한이 많다, 오지랖 넓다, 남의 눈치를 본다 등등.

실제로 한국인은 한번 결심한 일에는 목숨을 건다. 어떻게든 열심히 해내고, 끝장을 봐야 속이 풀린다.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 남의 일에도 곧장 발 벗고 나서지만,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필사의 노력을 다하기도 한다.

20년 넘게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컨설팅해온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은 신간 '한국인 에너지'를 통해 '흥'과 '끼'로 무장해 신명과 신기(神氣)를 한껏 발휘하는 한국인의 성품과 기질, 문화적 유전자의 근원을 파헤친다. 홍 원장은 한국인이기에 가능한, 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한국인만이 가진 에너지를 '한국인 에너지'라 명명한다.

이번 신간은 각종 자료를 통해 한국이 5천 년 넘는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 고매한 철학과 정신을 가진 나라이며, 자원빈국이 아닌 '정신부국'임을 증명해나간다.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 특징인 자유분방함의 에너지, 한 번 보고 전체를 파악하는 우뇌형 창조성이 어떻게 발현돼왔는지 보여준다.

한국인의 여흥과 음주가무는 예부터 유별났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동이(東夷) 사람들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며칠을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노래 부르고 춤춘다(連日飮食歌舞)'고 나와 있을 정도다.

그 자유분방함은 일상생활의 음식문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차례대로 나오는 서양의 코스 요리와 달리, 한식은 다양한 반찬들이 한꺼번에 상에 차려져 나온다. 각자 자유분방하게 음식을 가져다 먹는데, 섞임과 조화의 미학을 연출하는 비빔밥은 그 정수다.

이와 함께 저자는 한국 특유의 에너지의 근원이 탁월한 우뇌에 있다고 밝힌다. "감 잡았냐?"라는 표현이 함축하듯 직감과 공간지각력은 뛰어난 우뇌 기질에서 비롯한다는 얘기다. 이 우뇌 능력은 양궁이나 골프 등 스포츠 분야에서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동물적 감각으로 한눈에 쫙 꿰는 우뇌 기질에 빨리빨리 습성까지 더해져 폭발적 시너지 효과를 낸다.

건축과 학술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빼어난 능력을 발휘했다고 저자를 상기시킨다. 전 세계에서 고인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고인돌 왕국이 바로 우리나라이며, 고려시대의 조선기술과 항해기술도 당대 최고 수준에 올랐다. 또한 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된 황룡사 9층 목탑은 높이가 무려 80m에 달하는 당시 세계 최고층 목조건물이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기록물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직지심경', '훈민정음', '고려대장경', '동의보감' 등은 전 세계에서 봐도 5위권에 올라 있어 일본이나 중국보다 한참 앞선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무슨 일이든 한 번 불이 붙으면 거침이 없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이다. 그러다 보니 여흥, 풍류, 노는 것도 전 세계 톱(top) 수준이다. BTS가 그냥 탄생한 게 아니다. 5천 년 선현들의 끼와 열정, 그리고 BTS 멤버들과 관계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합작품인 셈이다."

그런데도 한국인으로의 자긍심과 자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 치명적인 문제라고 안타까워한다. 개개인의 내면에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자리 잡으면 사회 전체가 부정적 에너지로 가득해지고 개인의 삶에도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홍 원장은 '헬조선'이라는 유행어가 독버섯처럼 퍼져나간 데는 세 가지 독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 삼독(三毒)은 '서양숭배(양독·洋毒)', '중화사상(中毒)', '일제 식민사관(倭毒)'으로 여기서 비롯된 문화 사대주의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원초적인 얼과 혼을 빼앗아갔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이런 잘못된 시각과 관행을 극복하고 정신부국, 문화대국이라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혜안과 통찰력을 갖자고 강력히 권유한다.

"국내외 곳곳에서 개최되는 많은 포럼에서 세계화 4.0을 찾고 있는데,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한국인의 따뜻한 성품이 지구촌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면서도 개도국의 어머니라 불리는 대한민국이야말로 세계화 4.0 시대의 시대정신을 이끌어갈 최적국이 아닐까?"

책은 '한국인 에너지는 무엇인가?', '얼과 혼을 잃어버린 한국인', '사랑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 '한국 속의 세계, 세계 속의 한국'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쌤앤파커스. 260쪽. 1만5천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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