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갈등 빚는 부산문화예술 기관장…5년새 4명 짐 싸

이종민 / 2021-12-29 14: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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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관리 경험 부족·소통 부재에 따른 갑질 등 주요 원인
일각에선 "업무 개선 거부·기강해이" 경계해야
▲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페이스북 캡처]

▲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직원들과 갈등 빚는 부산문화예술 기관장…5년새 4명 짐 싸

조직관리 경험 부족·소통 부재에 따른 갑질 등 주요 원인

일각에선 "업무 개선 거부·기강해이" 경계해야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최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관장의 갑질 주장이 제기된 것을 비롯해 부산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에서 기관장과 직원들 간 업무 등을 놓고 빚어지는 갈등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의 결말은 기관장의 사퇴나 직위해제, 고소·고발 등으로 이어져 지역 문화계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부산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게시된 '기관장 갑질 때문에 자살하고 싶다'는 글과 관련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는 이번 문제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하고 조사담당관실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이 글 게시자는 "뒤로는 갑질, 서울 출신이라고 부산 지역 비하하고, 인격 모독에 자살하고 싶다"라고 적었다.

현 미술관장은 2019년 부임해 2년 임기를 채우고 1년 연임 중이다.

이전 관장도 모욕적 발언과 폭언 등으로 직원들과 갈등을 빚은 끝에 연임이 좌절됐기 때문에 진상조사 후 부산시가 어떤 후속 조처를 내릴지 주목된다.

2017년부터 최근 5년 사이 부산 문화예술 기관에서 내부 갈등으로 기관장 등이 물러난 사례는 4건에 달한다.

2017년 김모 부산시립미술관장이 학예 연구사들의 집단 진정에 연임을 포기했고,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모 이사장과 강모 집행위원장이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사무국 직원들의 집단 성명에 동반 사퇴했다.

올해 6월에는 2018년 12월 부임해 의욕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던 이용관 부산문화회관 대표가 근무시간 중 상습 음주운전을 하고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부산시로부터 직위 해제됐다.

지역 문화계는 이처럼 문화예술 기관에서 유독 직원들과 갈등이 잦은 것은 조직 관리 경험이 부족한 외부 인사를 전문성만 보고 영입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한다.

여기에 임기가 주로 2∼3년으로 짧아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도 커 업무 추진 과정에서 직원들과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산 한 갤러리 관계자는 "관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기획 의도와 전시, 홍보를 주문하지만 지역의 여러 여건상 힘든 부분이 많다"며 "이 과정에서 강압적인 업무 지시, 모욕감을 주는 폭언 등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갈등 이면에 행여나 업무 개선과 개혁을 거부하는 직원들의 반발이나 집단행동이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의 한 단체 기관장은 "지금은 직원들과 관계가 원만해졌지만 처음 부임해 다소 고된 일을 지시하는 등 업무개선에 나섰더니 일은 차일피일 미루고, 나를 쫓아내려고 약점부터 잡으려 했다"고 털어놨다.

부산시로부터 직위해제 됐던 이 전 부산문화회관 대표는 29일 보도자료를 내 "노조에서 주장한 음주운전, 보은성 인사 등은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났다"며 "노조는 공공성을 외면한 채 임기 내내 대표이사 죽이기로 일관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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