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올해 펼친 파라솔 40개가 전부" 폐장 앞둔 해운대해수욕장

박성제 / 2021-08-09 14: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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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폐장에 대목 놓친 물놀이용품 대여소 '울상'
개인 해수욕은 가능…"해수욕장 방문객 그대로일라" 감염 우려
지자체, 망루 등 안전시설 및 관리인력 유지
▲ 대여소 물품 정리하는 직원들 [촬영 박성제]

▲ 대여소 물품 정리하는 직원들 [촬영 박성제]

▲ 한 데 모여있는 대여물품 [촬영 박성제]

[르포] "올해 펼친 파라솔 40개가 전부" 폐장 앞둔 해운대해수욕장

조기 폐장에 대목 놓친 물놀이용품 대여소 '울상'

개인 해수욕은 가능…"해수욕장 방문객 그대로일라" 감염 우려

지자체, 망루 등 안전시설 및 관리인력 유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오수희 기자 = "올해는 손님이 10%도 채 안 돼 진짜 적자입니다. 다가오는 광복절 휴일에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이것도 이제 끝이네요."

구명조끼 등 물놀이용품을 정리하던 업주는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해운대 해수욕장이 폐장에 들어가자 이렇게 말했다.

폐장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부산마저 1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자 부산 7개 공설해수욕장은 22일까지 모두 문을 닫는다.

성수기 시즌인 7∼8월 공설해수욕장이 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해운대 해수욕장은 제9호 태풍으로 인한 높은 파도로 입욕까지 금지되자 차분한 분위기였다.

수영복을 입은 채 휴가를 즐기는 이들은 일부 외국인과 어린이들 뿐으로 손에 꼽았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모래사장을 걷거나 차가운 바닷물을 발에 적시며 노는 모습이었다.

다음날부터 해수욕장이 폐장에 들어가자 일대 설치된 물놀이용품 대여소도 문 닫을 준비에 나섰다.

직원들은 백사장에 펼쳐둔 선베드와 옷걸이에 진열했던 구명조끼를 끈으로 묶어 상자 안에 넣었다.

공기 빠진 튜브와 정리된 대형 파라솔은 한곳에 모여 내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여소는 7월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장사를 접는 셈이다.

일대 대여소 업주들은 삼삼오오 모여 얼굴을 찌푸리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60대 대여소 업주는 "올해는 진짜 적자"라며 "7∼8월이 대목인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피서객이 줄어 2년 연속 직격탄을 맞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파라솔 등은 구청 물품이지만, 구명조끼는 개인적으로 모두 사서 장사를 하는 것인데 큰일 났다"며 손을 내저었다.

다가오는 광복절 휴일을 맞아 그동안 발생한 손해를 메우려던 기대도 사라졌다.

대여소 직원 40대 표모씨는 "8월 15∼20일을 대목으로 봤는데 이마저 수포가 됐다"며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려워하는 업주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파라솔 500개를 준비하는데 실제 펼친 파라솔은 40여개에 불과하고 이것도 매번 채워지지 않았다"며 "올해 손님 수는 예년의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해수욕장 인근 식당 역시 여기서 손님이 더 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해수욕장 인근에서 해물탕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오후 6시 이후 손님을 2명까지만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문을 닫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조치"라며 "한 철 장사해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폐점이 심각하게 고민된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폐장에 대한 시민 의견은 다양했다.

경기도에서 자녀들과 해수욕장을 찾은 60대 편모씨는 "부산도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다고 해 이동할 때마다 손에 소독약을 뿌린다"며 "바다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니 폐장을 한 뒤 관광객들이 조용히 산책만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장 내일부터 해수욕장은 문을 닫지만, 개인 해수욕은 금지되지 않은 터라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50대 박모씨는 "파라솔 대여 등 편의시설은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외출을 줄이고 여러 명이 모이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입욕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폐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파도가 높아 입욕을 막은 것처럼 4단계가 유지되는 동안 입수를 못 하게 해 해수욕장 방문 자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는 본격적인 부산 공설해수욕장 폐장을 앞두고 관련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할 예정이다.

개인 해수욕은 가능하기 때문에 지자체는 망루 등 안전시설은 그대로 둔다.

해수욕장 폐쇄 이후에도 소방대원과 수상안전요원, 해수욕장 유지·관리 인력은 해수욕장에서 안전사고 예방과 방역수칙 준수 계도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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