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런더너 야경 [사진/성연재 기자] |
 |
▲ 런더너 셔틀 버스 [사진/성연재 기자] |
 |
▲ 포르투갈 흔적이 많이 남은 마카오 시내 [사진/성연재 기자] |
 |
▲ 매캐니즈 음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리토랄 타이파 [사진/성연재 기자] |
 |
▲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코타이 워터젯' 페리 |
 |
▲ 홍콩 침사추이 [사진/성연재 기자] |
 |
▲ 차찬텡에서 접한 다양한 음식들 [사진/성연재 기자] |
 |
▲ 야간 시티투어 버스 [사진/성연재 기자] |
 |
▲ HKIA 버스 [사진/성연재 기자] |
[여행Honey] 찰나의 여름, 대중교통으로 즐긴 마카오·홍콩
(마카오·홍콩=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한국보다 더울 것이라는 걱정에 망설였던 마카오와 홍콩 여행은, 막상 떠나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항공편부터 현지 교통까지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편리했다.
음식은 정갈하면서도 다양했고, 도시의 활기와 세심한 환대는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짧은 연휴를 활용해 알찬 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 같다.
◇ 한숨 자고 일어나니 홍콩
인천공항에서 캐세이퍼시픽 항공편에 탑승한 지 약 3시간 40분 후,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이 홍콩 또는 마카오 가운데 어디를 갈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마카오부터 가보기로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Macau'(마카오) 표시를 따라 걷다 보면, 공항 내부를 도는 전철을 만날 수 있다.
이 전철에서 E2 표시를 보고 내리면 마카오행 탑승 절차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전철에서 내려 E2 게이트 방향으로 이동하면 4층에 위치한 공항버스 티켓 부스가 보인다.
이곳에서 여권과 탑승권을 제시하면 분홍색 '澳門·Macau' 스티커와 함께 마카오행 무료 공항버스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전용 루트를 통해 복잡한 홍콩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용이 매우 간편하다.
공항버스에 탑승해 강주아오 대교를 따라 약 40분간 이동하면 마카오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한다. 강주아오 대교는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총길이 55km의 해상 교량이다. 대기 인원이 거의 없어 입국 심사도 신속하게 마칠 수 있었다. 마카오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점차 밀려온다
◇ 호텔 리무진에 오르는 순간 펼쳐진 마카오 속 런던
출입국사무소를 나오면 여러 호텔의 리무진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내가 타야 할 리무진은 '더 런더너' 로고를 달고 있었다. 호텔에서 직접 운영하는 차량에 탑승한 후 10여 분을 달리면, 목적지인 '런더너 마카오 그랜드'에 도착한다.
과거 쉐라톤 호텔이었던 이곳은 최근 재단장을 거쳐 모던하고 감각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는 점이 인상 깊다. 호텔 로비에 들어선 순간부터 변화가 체감된다. 숙박객마다 '버틀러'가 배치돼 짐까지 끌고 호텔 객실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체크인 과정을 밟는다. 복잡하게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할 필요가 없어 편리했다.
'런더너 마카오'는 마카오 코타이 스트립 한가운데 위치한 런던 테마 복합 리조트로, '런더너 그랜드' 외에도 '더 런더너'와 '런더너 코트'까지 총 세 호텔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다. 건물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나, 레스토랑과 쇼핑몰, 카지노 등 모든 시설은 자유롭게 연결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치 런던 한복판에서 머무는 듯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든다. 호텔 외관은 영국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모티프로 삼아 웅장하면서도 정제된 인상을 풍긴다. 정면에 세워진 96m 높이의 '빅벤' 모형과 빨간 이층 버스 '더블데커'는 단숨에 시선을 붙드는 포토 스폿이다.
◇ 도시 곳곳에 남은 포르투갈의 흔적들
마카오에는 포르투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마카오와 연관을 맺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1572년, 포르투갈은 명나라 조정에 매년 500냥의 은을 바치는 조건으로 마카오에 체류할 수 있는 허가를 받으며 중국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시작했다.
포르투갈은 1851년과 1864년 마카오 인근의 무인도였던 타이파와 콜로안을 점령했다. 결국 1887년에는 청나라와 '베이징 조약'을 체결해 마카오를 공식적으로 포르투갈의 영토로 인정받았다. 이렇게 시작된 식민 통치는 1999년 포르투갈이 마카오를 중화인민공화국에 반환하면서 종료됐다.
덕분에 시내 곳곳에는 포르투갈 건축물들이 즐비하며, 음식문화 또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마카오에서 꼭 맛보아야 할 '매캐니즈'(Macanese) 음식은 이러한 문화와 미식의 접점이다.
포르투갈의 오랜 식민 통치를 받은 마카오는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문화가 음식 속에 녹아 있다. 중국과 포르투갈 요리의 융합으로 탄생한 '매캐니즈' 요리는 마카오 특유의 향취를 대표한다. 낯익으면서 낯선, 이 도시만의 풍미가 담겨 있다. 대표 메뉴인 '아프리칸 치킨'은 후추와 향신료가 어우러져 매콤하면서도 중독적인 맛을 낸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타이파 지역의 명소 '리토랄 타이파'는 이 요리를 비롯한 매캐니즈 음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식당이다. 메뉴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손님 옆으로 직원이 다가와 친절히 추천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늘 향 진한 국물 요리에 밥을 비벼 먹는 별미부터 시작해, 새우 카레·바지락찜·포르투갈식 볶음밥 등이 연이어 상에 오른다. 다소 질긴 문어 요리와 덜 익은 마늘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미식 경험이었다. 어쩌면 이 투박함도 이 지역 음식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 페리에 몸을 싣고 유유히 다시 홍콩으로
마카오에서 홍콩으로의 이동은 페리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다. 육상을 통한 이동은 3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데다 과정도 복잡하다. 런더너 마카오 호텔 1층에 마련된 전용 부스에서 원하는 출항 시간을 말하면 티켓 예약과 승선권 출력까지 매끄럽게 이뤄진다.
서두르다 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했기에 페리 탑승 시간 변경이 가능한지 문의해보았더니, 기존 티켓으로 즉시 탑승 가능하다는 안내까지 받았다.
페리 내부는 울릉도∼포항 구간을 다니는 쾌속선 분위기와 흡사하며, 창문은 열리지 않지만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항해 덕분에 안락하게 홍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짧지만 인상적인 바닷길이었다.
홍콩에 도착한 후, 지하철을 타고 숙소인 침사추이로 향했다. 몇정거장 지나지 않아 침사추이에 도착했다. 대표적인 쇼핑·식도락·관광의 중심지인 이곳은 과거보다 더 높아진 스카이라인 덕분에 드라마틱한 풍광을 제공한다. 다양한 즐길 거리와 전철의 연결성은 여행자가 홍콩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 침사추이와 몽콕, 익숙한 공간에서 발견하는 새로움
이튿날에는 몽콕 거리로 향했다. 관광지보다는 현지인의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곳은 홍콩의 참모습을 체감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를 태그하고 이층 버스에 오르자, 마치 시티투어 버스를 탄 듯 드라마틱한 도심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졌다.
시내버스 요금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도로 위 세 개 차선을 가득 메우며 이층 버스들이 서로 경쟁하듯 달리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 리뷰가 하나도 없는 현지 차찬텡(홍콩식 분식점)을 찾아냈다. 차찬텡은 간단한 차와 디저트부터 저렴하고 다양한 음식까지 제공하는 분식점으로, 우리나라의 김밥천국에 비견할 만하다.
잘 고르면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더 풍성하고 수준 높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맛본 판다 모양의 딤섬과 탱글탱글한 새우 딤섬은 비주얼과 맛 모두를 만족시켰다.
이후 몽콕의 인기 마사지 가게를 찾아 피로를 말끔히 풀었다. 마사지를 마친 뒤에는 고기만두 전문점에 들렀다. 바삭한 만두피와 육즙 가득한 속이 조화를 이루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곳에서는 일본식 치즈케이크도 함께 판매하는데, 인기가 높아 금세 동이 난다. 운 좋게 치즈케이크 한 조각을 맛볼 수 있었고,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여행의 마무리를 더욱 근사하게 만들어줬다. 여행 중 디저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마지막 일정은 야간 시티투어 버스 탑승이었다. 센트럴 하버에서 출발하는 여러 시티투어 버스 회사 중 하나를 선택했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넷 예약이 원활하지 않아 현장 결제를 하려던 참에, 엄청나게 긴 대기 줄과 마주친 것이다. 당황하던 순간, 버스회사 직원이 '급행 줄'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물어보니 47홍콩달러(약 8천300원)를 내면 줄을 서지 않고 맨 앞자리에 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저 없이 돈을 내고 2층 맨 앞 좌석에 올랐다. 한국 못지않은 더위였지만, 버스가 달릴 때마다 바람에 땀이 씻겨 나가는 듯한 상쾌함이 느껴졌다.
◇ information
마카오정부관광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홍콩 공항에서 마카오까지 무료 공항버스를 제공하는 '플라이 유 투 마카오'(Fly You to Macao)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연말까지 이어지며, 홍콩과 마카오를 연계한 다목적 여행 수요를 창출하고 양 도시 간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캠페인은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며, 홍콩에서 마카오로 이동하는 직행버스와 페리(터보젯·코타이 워터젯)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직행버스는 홍콩국제공항에서 별도의 출국 심사 없이 마카오로 바로 이동할 수 있어 환승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페리는 홍콩 상완 또는 주룽에서 마카오 외항 또는 타이파 터미널까지 운항한다.ㅊ
캠페인은 캐세이퍼시픽 등 홍콩을 기반으로 한 항공사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에바에어, 일본항공, 루프트한자, 베트남항공 등 모두 16개 항공사 탑승객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용자는 홍콩 국제공항 도착 후 7일 이내 항공권 등 입국 관련 증빙을 제시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약 31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 캠페인을 통해 마카오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