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거장 박서보 "내 그림 대신할 수 없어…NFT 허락 안해"

강종훈 / 2021-11-12 17: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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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박서보 작가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PARK SEO-BO(박서보)'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9.15

단색화거장 박서보 "내 그림 대신할 수 없어…NFT 허락 안해"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단색화 거장 박서보(90) 화백이 "내 그림 자체가 대체불가능한 것"이라며 상업적인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미술품 제작·거래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화백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내 그림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사진을 찍어 만든 디지털 이미지가 '대체불가능한' 것이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팔리며 내 그림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작품을 디지털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누구도 내 작품 이미지를 NFT라는 이름의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내 작품이 디지털의 형식으로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것으로, 최근 투자 대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비플(Beep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마이크 윈켈만의 작품이 약 783억 원에 팔리는 등 세계적으로 NFT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도 NFT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박서보 화백도 "주변에서 자꾸 NFT 이야기를 한다"며 이 글을 시작했다.

그는 "나는 오프라인 세상의 사람이고, 물질 세계에 속해있다"며 "내 작품 역시 이 시대와 지평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알지 못하고, 나한테 오지 않은 시대까지 넘볼 생각이 없다"며 "디지털 예술은 새로운 세대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서보 화백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단색화 대가로, 수행하듯 반복해서 선을 긋는 '묘법' 연작이 대표작이다. 한국미술 발전에 공헌해 지난달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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