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이 의병으로 이어졌다는 단선적 시각 재고해야"

박상현 / 2021-05-23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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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연구교수, 한국역사연구회 학술대회서 주장
▲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동학이 의병으로 이어졌다는 단선적 시각 재고해야"

김헌주 연구교수, 한국역사연구회 학술대회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국 근대 민족운동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되는 동학농민혁명과 의병운동의 인적 구성과 사상적 지향점을 비교하면 둘 사이에 연속성이 있다는 도식적 시각을 긍정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학계에 따르면 김헌주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역사연구회가 지난 20일 개최한 '동학농민전쟁의 민족운동사적 성격 검토' 학술대회에서 "근현대 사회운동사의 계보도 설정을 동학→의병으로 연결하는 도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자료집에서 "동학과 의병운동의 발전적 계승과 단절이라는 이분법은 극복될 필요가 있다"며 "당대 현실은 단순히 발전적 단계론에 의한 계승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분절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한말 학자인 황현이 쓴 '매천야록'이 동학농민혁명과 의병운동 계승 시각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고 했다. 매천야록에는 "불량한 백성 수천 수백 명이 무리를 이루어 저마다 의병이라고 일컬었고, 심지어는 동비(東匪)의 잔당이 얼굴을 바꾸고 끼어들어 쫓아다니는 자들이 반이나 되었다"는 대목이 있다.

이후 동학농민혁명과 의병운동 간 연결성에 주목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면서도 반동학 세력이 의병에 참여했다는 비판적 주장이 나왔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학계 쟁점이 된 동학과 의병의 인적 관계와 가치관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각종 사료를 살핀 뒤 "매천야록, '백범일지'에 나온 김구 사례, 제천의병에 동학농민군 출신이 참여한 사례 등을 참작하면 의병에 합류한 동학농민군은 분명히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것이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범위였는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고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동학과 동학이 밀약을 맺었다거나, 김구가 동학에서 의병으로 전환한 사례, 반동학 세력 출신과 동학농민군 출신이 모두 합류했던 제천의병 사례 등은 동학과 반동학, 의병 세력이 얽혀 있던 당대 현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동학과 의병 간 사상적 연결성에 대해서도 '반일'과 '반청의식 부재'라는 점은 공유했지만, 중화주의적 인식을 보여주지 않은 동학과 달리 의병은 존화양이론(尊華攘夷論·중국을 존중하고 오랑캐를 물리친다)을 내세웠기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동학과 의병이 발생한 시기에 각 세력의 경계가 고정적이지 않고 가변적이었다면서 '동학→의병'이라는 사회운동의 단계적 발전론은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은 토론문에서 "동학농민혁명에서 의병운동으로의 계승 문제보다는 둘 사이의 반일 항쟁 성격을 비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실질적인 전투가 이뤄졌는가'를 기준으로 동학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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