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가면 누구든 돈 잡습니다"…항아리에 글 적힌 이유는

김예나 / 2024-12-05 10: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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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개방형 수장고서 유물 속 문자 조명
▲ 전시 공간 전경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백자청화명문호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주요 전시품 왼쪽부터 백자명문호, 등잔, 백자지석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수복무늬 떡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거 사가면 누구든 돈 잡습니다"…항아리에 글 적힌 이유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개방형 수장고서 유물 속 문자 조명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항아리, 그릇, 술병 등에 남은 문자를 보면서 옛사람들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내년 3월 3일까지 경기 파주시 탄현면의 파주 개방형 수장고에서 '수장고 산책: 문자 한 바퀴' 전시를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개방형 수장고에 보관 중인 유물 29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도자, 흙, 돌, 나무, 금속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든 생활 유물 가운데 글자가 적혀 있거나 새겨진 유물을 중심으로 문자의 의미를 전한다.

관람객들은 8개의 수장고를 산책하며 각양각색의 유물과 문자를 만날 수 있다.

황해도 해주 지역에서 주로 만들어진 백자 항아리에는 '이것 사 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돈 잡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복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복'(福) 자를 새긴 떡살(떡을 눌러 갖가지 무늬를 찍어 내는 판)과 백자 그릇, '소원성취' 글자를 새긴 다듬잇돌도 소개된다.

1876년 이후 석유를 사용하면서 나타난 등잔은 석유를 붓고 뚜껑에 심지를 꽂아 쓰는 방식으로, 표면에 '불조심'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죽은 사람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유물 또한 주목할 만하다.

장문규(1755∼1791)라는 사람의 무덤에서 출토된 그릇 모양 지석(誌石)에는 무덤 주인의 인적 사항과 행적이 빼곡하게 쓰여있다.

이 밖에도 송나라 문인 구양수(1007∼1072)의 글을 적은 연적,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제작한 주화 등을 보며 문자가 남긴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매주 수∼일요일 하루 3차례 전시해설이 진행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일반적인 전시와 달리 수장고 안에서 직접 유물을 탐색하고 의미와 활용 가치를 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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