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군무에 '말뚝이' 표정도 생생…레고로 재현한 전통문화

김예나 / 2025-08-20 11: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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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진 작가, 국립부산국악원 전시…1만5천여개 조각으로 전통춤 표현
콧물은 크루아상·북은 아이스크림으로…"있는 그대로 모습에 주목"
▲ 동래야류 탈놀이 [콜린 진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동래야류의 주요 탈 [콜린 진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종가도령 탈 턱이 움직이는 것이 특징인 동래야류 탈의 특징을 살린 부분 [콜린 진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금회북춤 [콜린 진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무고 [콜린 진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동래학춤 [콜린 진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선유락 [콜린 진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려한 군무에 '말뚝이' 표정도 생생…레고로 재현한 전통문화

콜린 진 작가, 국립부산국악원 전시…1만5천여개 조각으로 전통춤 표현

콧물은 크루아상·북은 아이스크림으로…"있는 그대로 모습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검붉은 얼굴색에 부리부리한 눈, 커다란 코와 귀. 머리에는 화려한 장식을 한 뭔가를 쓰고 있다.

그런데 그 표정이 심상치 않다. 누군가를 비웃는 듯, 능글맞은 '말뚝이'의 웃음이다.

다른 얼굴은 어떨까. '할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콧물을 흘리는 듯하다. 눈썹과 눈, 코, 입 모두 비틀어지고 귀가 아예 없는 얼굴도 눈에 띈다.

신명 나는 가락 너머로 풍자와 해학을 담은 탈놀이, 국가무형유산 '동래야류'의 등장인물이다.

정월대보름 저녁이면 많은 사람을 웃게 했던 동래야류의 탈들이 새롭게 태어났다. 평소 쓰는 바가지 탈이 아닌 수많은 레고 조각으로 만든 탈이다.

레고 조각으로 작업해 온 콜린 진(본명 소진호)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부산국악원이 '제8회 영남 춤축제'와 연계해 이달 29일부터 국악체험관에서 선보이는 기획 전시 '춤추는 레고'를 통해서다.

콜린 진 작가는 레고 조각을 활용해 전통문화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조선시대 가장 큰 의례인 종묘제례의 한 장면을 레고 조각으로 표현한 '레고 오향친제반차도'를 종묘 향대청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래야류에서 쓰이는 다양한 탈을 비롯해 탈놀이, 동래학춤, 금회북춤, 선유락 등 춤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공개한다.

설계도 없이 그가 디자인을 생각하고 하나하나 조립한 것들이다.

콜린 진 작가는 "작품에 쓰인 블록 개수를 따지면 1만5천개 이상"이라며 "상상이나 주관적 표현은 거의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품 하나하나 세밀한 묘사가 눈에 띈다.

동래야류 탈의 경우, 턱 부분을 움직이도록 해 탈놀이에서 재담을 나눌 때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처럼 움직이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긴 수염이 있는 양반 모습을 표현하면서 턱 부분도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어린 도령이 쓴 복건(幅巾·유생들이 도포에 갖추어서 머리에 쓰던 건)에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의 글자 '수'(壽) 자를 레고 조각으로 형상화했다.

우리 전통춤을 표현한 여러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금회북춤의 경우, 볼록한 형태의 판 5개를 결합해 둥근 고깔을 완성하고, 오방색의 풍물놀이 옷차림을 표현했다. 땅·바다·하늘을 연결하는 선유락의 군무는 등장인물이 22명에 달한다.

기성 조각을 활용한 만큼 곳곳에 숨겨진 '특별한' 조각은 웃음을 자아낸다.

할미 탈의 코에서 흐르는 콧물은 크루아상 형태의 조각이다. 커다란 북 주변으로 8명의 무용수가 춤추는 무고에서는 아이스크림 형태의 조각을 볼 수 있다.

2000년 무렵 출시한 자동차 모델의 일부를 활용한 무희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립부산국악원 측은 "레고 블록의 상상력과 한국 전통춤이 만나 우리 춤이 가진 고요함과 흥, 그리고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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