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최재훈' 수베로 감독의 파격…"느려도 출루율 높으니까"

하남직 / 2021-09-10 17: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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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최재훈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광판 바라보는 수베로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1번 최재훈' 수베로 감독의 파격…"느려도 출루율 높으니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이글스 감독이 '발이 느린 포수 요원' 최재훈(32)를 톱타자로 내세우는 '파격'을 택했다.

"발이 느려도, 출루에 능하고 상대 투수를 괴롭힐 줄 아는 타자라면 1번 타자로 나설 자격이 있다"는 게 수베로 감독의 판단이다.

수베로 감독은 10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홈경기 1번 타자로 최재훈을 기용했다.

최재훈의 주 포지션은 포수지만, 이날은 지명타자로 출전한다.

수베로 감독은 "오늘 최재훈은 지명타자니까, 내가 포수를 1번 타자로 기용한 건 아니다"라고 유쾌하게 웃으며 농담하면서도 "과거에도 내가 이끌던 팀에서 출루율이 좋은 포수를 1번 타자로 쓴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LG 선발은 우완 이민호다.

이민호는 2020년과 2021년, 2시즌 동안 한화를 상대로 5경기에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0.70으로 무척 강했다.

수베로 감독은 '같은 방법'으로는 이민호를 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민호가 우완 투수지만, 좌타자(피안타율 0.201)보다 우타자(피안타율 0.263)와의 승부에 어려움을 겪은 걸 기억한 수베로 감독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 우타자 8명을 배치했다. 좌타자는 하주석 한 명뿐이다.

여기에 최재훈을 톱타자로 내세우는 파격을 택했다.

2008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재훈이 1군에서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는 건, 이날이 처음이다.

사실 최재훈도 이민호에게 약했다. 최재훈의 이민호 상대 성적은 7타석 5타수 무안타 2볼넷이다. 최재훈의 올 시즌 출루율은 0.387이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좌타자' 정은원의 이민호 상대 성적(8타석 7타수 2안타 1볼넷)과 시즌 출루율(0.410)이 더 높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은 정은원을 벤치에 두고 우타자 김현민을 2루수로 먼저 쓰며, 정은원이 주로 맡던 1번 자리를 최재훈에게 맡겼다.

수베로 감독은 "최재훈은 투수의 투구 수를 늘리며 출루를 할 수 있는 타자"라며 "출루율 3할대 초반의 발 빠른 타자를 1번에 내세우는 것보다, 출루에 능한 선수를 앞에 세우고 후속 타자의 도움을 기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수베로 감독의 파격적인 선택이 또 한 번 한화 라인업을 향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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