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팝 전설' 오아시스의 귀환…16년만 내한에 5만5천명 '떼창'

이태수 / 2025-10-21 22:25:44
  • facebookfacebook
  • twittertwitter
  • kakaokakao
  • pinterestpinterest
  • navernaver
  • bandband
  • -
  • +
  • print
2009년 해체 후 작년 재결합·투어 전석 매진…스타디움 3층까지 기립
해체 뒤 '입덕'한 Z세대 관객들 몰려…때 이른 겨울 추위도 잊고 환호
▲ 밴드 오아시스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 [오아시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재판매 및 DB 금지]

▲ 오아시스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 [오아시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재판매 및 DB 금지]

▲ 오아시스 영국 맨체스터 콘서트 [오아시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재판매 및 DB 금지]

▲ 밴드 오아시스 ⓒSimon Emmett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브릿팝 전설' 오아시스의 귀환…16년만 내한에 5만5천명 '떼창'

2009년 해체 후 작년 재결합·투어 전석 매진…스타디움 3층까지 기립

해체 뒤 '입덕'한 Z세대 관객들 몰려…때 이른 겨울 추위도 잊고 환호

(고양=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앤드 소 샐리 캔 웨이트, 쉬 노즈 이츠 투 레이트 애즈 위아 워킹 온 바이∼.'(And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we're walking on by∼.)

때 이른 겨울 추위도 '브릿팝 전설 밴드'의 귀환을 맞이하는 열기를 막지 못했다. 히트곡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를 부르는 우렁찬 떼창이 으슬으슬 불어오는 밤바람을 압도했다.

마지막 내한으로부터 16년, 2025년 가을 다시 한국 무대에 선 밴드 오아시스에 21일 고양종합운동장을 가득 채운 5만5천 관객은 웃고, 노래하고, 소리 지르고, 뛰었다.

1991년 리암(보컬)·노엘(기타·보컬) 갤러거 형제를 주축으로 결성된 오아시스는 전 세계적으로 9천만장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정규 앨범 7장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린 세계적인 밴드다.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와 '리브 포에버'(Live Forever) 등 국내에도 익숙한 히트곡을 다수 남겼으나, 팀의 중추인 갤러거 형제 사이의 불화로 2009년 해체를 결정했다.

이후 솔로 활동을 이어가던 오아시스는 지난해 8월 전격 재결합을 선언해 놀라움을 안겼다. 올해 7월 영국에서 펼쳐진 월드투어 첫 공연은 티켓이 순식간에 동나고 암표가 기승을 부리는 등 변함없는 인기를 보여줬다.

오아시스는 2006년 첫 내한 이래 밴드로, 해체 이후에는 리암·노엘 각자 솔로로도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여는 등 '한국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무대 뒤 커다란 LED에 '서울'(SEOUL) 글자가 뜨고 멤버들이 등장하자 공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스타디움은 플로어와 관중석 할 것 없이 관객들로 꽉꽉 들어찼다.

오아시스는 한국 팬들과의 오랜만의 재회에 걸맞은 '헬로'(Hello)로 이날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애퀴에스'(Acquiesce),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 '섬 마이트 세이'(Some Might Say), '시거렛츠 앤드 알코올'(Cigarettes & Alcohol), '슈퍼소닉'(Supersonic) 등 익숙한 노래가 이어질 때마다 누군가는 1990년대로 추억 여행을 떠났고, 누군가는 음원으로만 여러 차례 듣던 노래가 처음으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뒷짐을 지고 스탠딩 마이크 앞으로 목을 쭉 뺀 채 노래하는 리암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자세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그는 오아시스로는 십수 년 만의 투어인데도 마치 해체와 재결합이 없었던 듯 옹골찬 목소리를 뽐냈다.

리암은 한 손에 탬버린을 들고서 후렴구에서는 한 팔을 '번쩍' 하늘로 들어 올려 호응을 유도했고, 3층까지 수만 명이 모두 일어나 자리에서 뛰는 통에 마치 파도가 울렁이는 듯한 장관이 빚어졌다. 과묵하게 기타를 연주하던 노엘은 '애퀴에스' 후렴구에서 반가운 목소리를 들려줬다. 무대 좌우 커다란 LED는 한쪽은 두 형제를 각각 클로즈업했다.

노래와 노래 사이마다 '오아시스! 오아시스!' 하는 흥분한 관객들의 외침이 쏟아졌다. 리암도 한껏 흥에 취한 관객들을 보며 "여러분은 참 아름답다. 여러분의 소리가 정말 크다"고 말하며 만족스러워했다.

오아시스는 '시거렛츠 앤드 알코올'에서는 특유의 쫄깃한 발음으로 재치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슈퍼소닉'과 '리틀 바이 리틀'(Little By Litte) 등에서 들려준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와 육중한 기타 사운드는 우리의 추억 속에서 갓 끄집어낸 듯한 오아시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노엘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토크 투나이트'(Talk Tonight)와 '하프 더 월드 어웨이'(Half the World Away)를 부르며 가을밤에 퍽 잘 어울리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관객들은 이 대목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전화 플래시를 일제히 켜고 스타디움을 은하수 같은 빛으로 물들였다.

플로어에서 대여섯 명씩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듯 빙글빙글 돌며 음악을 즐기는 이도 눈에 띄었다.

공연 후반부 '왓에버'(Whatever), '리브 포에버' 등 국내 대중에게도 친숙한 대표곡이 나오자 공연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고, '돈트 룩 백 인 앵거'·'원더월'(Wonderwall)·'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로 이어지는 앙코르까지 우렁찬 떼창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곡인 '샴페인 슈퍼노바'가 끝나자 스타디움 상공에는 대형 불꽃놀이가 '펑펑' 펼쳐져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오아시스가 전성기를 누린 1990년대를 경험한 30·40대 이상뿐만이 아니라 뒤늦게 이들의 음악을 접하고 팬이 된 20대 Z세대 관객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고양종합운동장 인근은 이른 시각부터 관객 수만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오아시스 굿즈 티셔츠·맨투맨·점퍼 등을 갖춰 입은 팬들은 들뜬 표정으로 음악을 들으며 입장을 기다렸고, 공연 포스터나 등신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공연장 안에서 새어 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일찌감치 공연 분위기에 몰입하는 이들도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과 함께 대전에서 공연장을 찾은 직장인 홍송희(24)씨는 "오아시스 재결합 투어의 첫 공연지였던 영국 카디프도 다녀왔는데, 이들의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마치 편안한 청바지를 입은 듯한 느낌"이라며 "초등학교 6학년 혹은 중학생쯤부터 오아시스를 좋아했는데, 그때는 이미 밴드가 해체한 상태여서 앞으로 영영 라이브로는 음악을 들을 수 없으려니 하고 아쉬워했는데, 오늘 같은 기회가 생겨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오아시스는 '원더월'이나 '돈트 룩 백 인 앵거'에서 볼 수 있듯이 실험적이기보다는 단순하고 직선적이면서 멜로디가 돋보이는 로큰롤 음악을 고수한 팀"이라며 "여기에 비틀스의 느낌도 살짝 가미해 브릿팝 뮤지션 가운데 드물게 미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형제간의 불화로 10년 넘게 각자의 밴드를 하다가 이번에 다시 만났기에 그 화제성이 여전히 매우 크고, 친한(親韓)적인 요소로 국내 팬들도 열광케 했다"고 짚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